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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ulus Window 예시. 출처: pinterest

 

넷플릭스 영화 "계시록"에서 "외눈박이 창"이란 말이 나옵니다. 작가가 만들어낸 단어라고 생각하셨을 수도 있겠지만 실제로 있는 단어입니다. 영어로 번역하면 Oculus Window이지요. 한국에서는 흔하게 볼 수 있는 창문 디자인은 아닙니다. 검색해보면 외국에서는 Oculus Window를 많이 보실 수 있습니다.

Oculus Window: 하늘을 향한 건축의 눈

건축의 세계에는 시대와 문화를 초월해 우리의 시선을 사로잡는 요소들이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오늘은 특별한 창문 형태인 '오큘러스 윈도우(Oculus Window)'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라틴어로 '눈'을 의미하는 'Oculus'에서 이름을 따온 이 원형 창문은 단순한 개구부를 넘어 건축물에 영혼을 불어넣는 마법 같은 존재입니다.

오큘러스의 역사: 고대 로마에서 현대까지

오큘러스 창문의 가장 유명한 예는 아마도 로마의 판테온(Pantheon)일 것입니다. 서기 126년에 완공된 이 웅장한 건물의 돔 꼭대기에는 지름 9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원형 개구부가 있습니다. 이 구멍을 통해 들어오는 빛은 하루 동안 건물 내부를 움직이며 마치 거대한 해시계처럼 작동했습니다. 고대 로마인들에게 이 오큘러스는 단순한 창문이 아닌, 신들의 세계와 인간 세계를 연결하는 통로였습니다.

중세와 르네상스 시대를 거치며 오큘러스는 성당과 교회 건축에서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았습니다. 종교적 건축물에서 오큘러스는 '신의 눈'을 상징하며, 하늘에서 내려오는 빛을 통해 신성함을 표현했습니다.

빛과 그림자의 춤: 오큘러스의 미학적 가치

오큘러스 창문의 매력은 단연 그것이 만들어내는 빛과 그림자의 상호작용에 있습니다. 천장이나 벽면에 위치한 원형 창을 통해 들어오는 자연광은 공간 전체에 부드럽게 퍼지며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빛의 패턴을 만들어냅니다. 이러한 효과는 정적인 건축 공간에 시간성과 움직임을 부여합니다.

현대 건축가들은 이러한 오큘러스의 특성을 활용해 극적인 실내 분위기를 연출합니다. 태양의 위치에 따라 변화하는 빛의 각도와 강도는 날마다, 시간마다 다른 공간 경험을 선사합니다.

세계적인 오큘러스 창문들

  1. 로마 판테온의 오큘러스: 가장 유명하고 오래된 오큘러스로, 2000년 가까이 시간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그 웅장함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2.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가 설계한 이 건물의 중앙 아트리움 천장에는 거대한 오큘러스가 있어, 자연광이 나선형 경사로를 따라 아름답게 흘러내립니다.
  3. 독일 베를린 유대인 박물관: 다니엘 리베스킨트의 작품으로, '부재의 공허(Void)'라 불리는 공간에 설치된 오큘러스는 어둠 속에서 한 줄기 빛으로 강렬한 감정을 불러일으킵니다.
  4. 루브르 아부다비: 장 누벨이 설계한 이 미술관의 돔은 수많은 기하학적 패턴으로 이루어진 현대적 오큘러스의 변형으로, '빛의 비'를 실내에 내리게 합니다.

현대 건축에서의 오큘러스

오늘날 오큘러스 창문은 단순히 전통을 계승하는 차원을 넘어, 지속가능한 건축의 요소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자연광을 최대한 활용함으로써 에너지 사용을 줄이고, 실내 환경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기여합니다.

또한 현대 기술의 발전으로 더욱 다양한 형태와 기능의 오큘러스가 가능해졌습니다. 개폐가 가능한 오큘러스, 스마트 글라스를 활용한 오큘러스, 태양광 발전과 결합된 오큘러스 등 전통적인 형태에 현대적 기능을 더한 혁신적인 디자인들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동양 건축에서의 원형 창문

서양의 오큘러스와 유사하게, 동양 건축에서도 원형 창문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중국의 '월문(月門)'이나 한국의 '원창(圓窓)'은 음양의 조화와 우주의 원리를 반영하는 철학적 의미를 담고 있으며, 서양의 오큘러스와 마찬가지로 빛과 공간에 특별한 분위기를 더합니다.

특히 한국의 전통 사찰이나 상류층 가옥에서 볼 수 있는 원형 창문은 실용적인 기능뿐 아니라 장식적 요소로도 가치를 인정받았습니다.

나의 생각: 하늘을 향한 건축의 눈

오큘러스 창문은 건축에서 가장 시적인 요소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단순한 개구부가 아닌, 건물이 하늘을 바라보는 '눈'이자, 우리가 무한한 우주를 조금이나마 품을 수 있게 해주는 창입니다.

현대 사회에서 우리는 종종 콘크리트 숲에 갇혀 하늘을 잊고 살아갑니다. 오큘러스 창문은 우리에게 잠시 멈춰 서서 위를 올려다보라고, 그리고 더 넓은 세계와 연결되어 있음을 상기시켜 주는 건축적 제스처가 아닐까요?

여러분의 일상 속에서도 오큘러스와 같은 특별한 창문을 찾아보세요. 그것은 박물관이나 성당 같은 거창한 장소가 아니더라도, 커피숍의 천창이나 아파트 로비의 돔형 천장일 수도 있습니다. 그 창을 통해 들어오는 빛의 향연을 느껴보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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